[삶의 뜨락에서] 종은 다시 울린다
2019년 4월 노트르담 대성당에 불이 났을 때 놀란 파리 시민들은 성당 광장 주변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첨탑이 무너지는 순간, 자기 몸이 타는 아픔을 호소했다. TV를 통해 이 비극적 화재를 지켜본 세계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충격에 빠졌다. 그 후 성당 복원 모금이 시작되었고 5년간의치열한 복원 공사 후 드디어 7일 성당은 우아한 옛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오는 토요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제가 열리고 다음 날부터 일반인들은 성당에 들어가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교인들은 성당을 부활시킨 하나님에게 진정한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이다. 나는 불이 나기 수년 전 무더운 여름 대성당 발코니에 올라가 광장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다음 파리를 찾으면 재단장한 사원을 방문해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릴 것이다. 1163년 공사를 시작, 1345년 문을 연 대성당은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반기독교 사상에 빠진 사람들에 의해 모독을 당했다. 성당은 그 후 여러 차례 개축되었다. 공사 중 벽돌 하나에서 ‘숙명(Fate)’이라는 글이 발견되었다. 개축팀은 이 불길한 벽돌을 치워 버렸다. 불이 난 후 노트르담 사원은 숙명적으로 불이 나 무너지고 다시 태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독교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베스트 셀러, 댄 브라운의 ‘더 다빈치 코드’는 바티칸에서 일어나는 폭력, 부패, 비리를 묘사한 후 바티칸은 누군가에 의해 무너지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디를 가든지 오래된 성당을 찾게 된다. 성당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내 눈에는 규모의 차이가 있고 건축양식이 다르다는 것을 빼고는 그 차이를 알기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워낙 역사적으로 유명한 성전이기 때문에 들어가 머리를 숙인다. 성당은 관광객으로 붐빌 뿐 점점 교인이 줄어들어 나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자립이 어려워 발칸 여러 나라의 대성당은 정부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들었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를 읽고 북클럽에서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다음 몇 대사를 무척 좋아한다. 16살 집시 소녀, 이스메랄다가 홀연히 광장에 나타나 매혹적인 춤을 추고는 바람 같이 사라진다. 성직자가 위에서 바라보고 소녀의 아름다운 자태와 춤에 빠진다. 성직자의 고백, 네가 나타나기 전, 내 눈에는 하나님만 보였다. 이제 신의 모습은 사라지고 너의 매혹적인 얼굴만 그리게 된다. 종지기 콰지모도는꼽추지만 동물적인 힘으로 사력을 다해 무거운 종을 울리고, 교수형을 기다리고 있는 집시를 벽을 타고 내려와 구출한다. 소설에 나오는 그의 고백, 하나님 왜 나를 동물로 태어나게 하지 않으시고 한 여인을 짝사랑하는 인간으로 만드셨습니까. 집시 엄마는 딸이 광장에서 밧줄에 목이 매여 죽게 되었을 때 이렇게 절규한다. 내 딸을 살려 주세요. 신도 필요 없어요. 내 아이가 더 중요해요. 소설의 주제는 인간성이다. 작가는 신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말한다. 종교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할 것이다. 인간을 구제하고, 악에서 구출하고, 주어진 삶을 선하게 살다가 영생을 찾게 한다. 노트르담 사원의 화재와 재탄생은 사원의 ‘숙명’ 일지 모른다. 사원의 새벽종은 다시 우렁차게 울려 파리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영혼을 각성시킬 것이다. 부활한 성전이 성령의 감화를 불러일으키기를 기도한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여름 대성당 성당 광장